몰아치는 비바람 사이,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빗방울은 그들의 눈물이며 바람은 토해내는 한탄이다. 엉겨붙은 자아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다. 착각일까? 백색 공간에 홀로 떨어졌던 이후, 사사메 소운은 제 오감을 쉽게 의심하고는 했다. 백색은 세계였고, 쏟아내고 또 쏟아내도 쉽게 얼룩이 졌으니 불만이 일었다. 그래서 전부 지워내기로 했다. 그림자를 삼키고 난 자리마다 빛이 차올랐다. 구름을 찍어내니 하얀 창공만이 머리 위로 드높았다. 그늘은 고독, 꺼지지 않는 빛이 환희를 이끌었다. 그들 모두가 기뻐하고 있었다. 소리 높여 희게 웃으며, 들리지 않는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었고, 그도 함께 웃었다. 이레의 축제가 있었다…….
백색에 스미는 장미향, 매서운 가시가 장막을 찢어 가른다. 세계는 급속도로 꺼지며 색을 되찾는다. 수십 개의 눈동자 가운데 선홍색이 또렷하다. 문이 닫겼다. 일곱 밤의 악몽을 끝내고도 안개 낀 세계는 한동안 그를 종용했다. 노랫소리가 걸음을 이끈다. 다시 의식이 끊긴다. 그는 허락 받지 못한다. 그 누구도 허락 받을 수 없다. 열리지 않는다. 인간이 그에 이르지 못한 이상, 누구도.
저들도 실은 웃고 있는지도 몰라.
지금은 아니더라도, 곧 웃게 될지도 모르지.
하나 무용하다. 신의 영역은 무정하니 그들은 다시 실패할 것이다. 본인처럼 꿈에서 깨어나 인지와 실재의 괴리를 납득하기 위해 긴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어쩌면 그런 시간조차 불필요하다. UGN은 더 이상 그러한 종류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그러니 성마른 공상을 깨어줄 수밖에. 소리 죽여 괴로움을 삼키며, 들리지 않을 이름을 외치면서 바람 속을 맴돌고, 빗방울로 지워질 눈물을 흘릴 이들을 위해.
싸이코패스야? 맞는 거 같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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